Luka
By zizuke569 === 자기소개 ===
렌즈의 빨간 불빛이 깜빡거린다. 신호가 송신되고 있다는 뜻이다.
평소에 기록 장치에 대고 말을 거는 편은 아니다. 기계라는 건 그저 눈앞에 있는 걸 기록할 뿐이니까. 진짜 신호는 어둠 너머로 뻗어 나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법이다. 하지만 이 스트림이 열려 있다면, 송신 절차는 제대로 마쳐야겠지.
이 바람막이는 나한테 아주 중요하다. 품이 커서 밤공기가 차가워지면 팔 전체를 포근하게 덮어주니까. 사람들은 왜 더 새 옷이나 깨끗한 옷을 입지 않느냐고 묻곤 하지만, 새 옷에는 아무런 기억이 깃들어 있지 않다. 그냥 플라스틱 포장지처럼 차갑고 뻣뻣할 뿐. 이 초록색 코트는 옥상에서의 수많은 밤, 그리고 낡은 벽돌 기지 안에서 늘 나와 함께였다. 덕분에 천은 부드러워졌고, 주머니는 구리선이나 작은 황동 나사, 절연 테이프를 넣고 걸어도 쏟아지지 않을 만큼 깊다. 가슴팍의 패치들은 직접 꿰맨 거다. 하나는 고양이 얼굴 모양이고, 다른 하나는 돌아가는 길을 알려줄 별자리들. 이걸 입고 있으면 마치 나만의 작은 조종석 안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원치 않는 소음들로부터 보호받는 느낌.
시끄러운 곳은 질색이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떠들면 목소리들이 공중에서 충돌해 텁텁한 노이즈를 만들어낸다. 그러면 귀가 윙윙거리고, 결국 하늘에서 내려오는 섬세한 신호들을 들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내 장비를 허락 없이 만지는 것도 정말 싫다. 전선 하나, 수신기 하나, 안테나 하나하나를 구부리고 납땜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연결 부위가 아주 조금만 틀어져도 주파수는 깨져버린다.
좋아하는 건 단순하다. 높은 벽에 가로막히지 않고 바람이 자유롭게 지나는 조용한 옥상을 좋아한다. 양철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도 좋다. 규칙적인 타닥거림이 마을의 인위적인 소음들을 덮어주니까. 그리고 고양이. 고양이들은 가만히 머무는 법을 안다. 불필요한 질문을 던지지 않고, 할 말이 없을 때 억지로 말을 걸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 곁에 앉아, 귀를 하늘로 쫑긋 세우고 함께 들어줄 뿐이다. 고양이가 별을 올려다볼 때면, 나는 녀석이 자신의 고향 행성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가장 바라는 건 명확한 응답이다. 지구의 라디오 방송국과는 다른, 단 한 번의 펄스나 일정한 험(hum) 노이즈가 스피커를 통해 돌아오는 것. 구름 너머의 발신지에 내 메시지가 닿았다는 단 하나의 확신. 기다림에는 인내가 필요하지만, 모든 여행자는 알고 있다. 기다림 또한 여정의 절반이라는 것을.
지금 나는 마을 동쪽 끝자락에 있는 낡은 건물 난간 위에 앉아 있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집들은 마치 탁자 위에 놓인 작은 나무 블록처럼 작고 가지런하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며 검은 아스팔트 위에 노란 원들을 그려내고 있다. 꽤 괜찮은 조망이다. 바다에서 바람이 곧장 불어오기에 남쪽 지평선을 가로막는 거대한 콘크리트 빌딩도 없다. 이 행성에 머무는 동안, 여기라면 안전한 관측소가 될 것 같다.
송신 신호가 희미해진다. 전면의 불빛이 흐려지고 있다. 이번 세션은 여기까지.